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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은 하나, 총알은 많다.
- 총기사고의 사회적 배경과 이해.(앙헬레스의 총기사고를 보고)

아직도 한국인이 총에 맞아 죽는 것이 뉴스거리가 된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습니까?

제가 아우성 첫줄을 이렇게 깔면, 입으로 육두문자가 튀어 나올 독자가 많을 겁니다. 그러나 아무리 욕을 해도 저는 해야 할 말을 해야 되겠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뉴스라는 것이 조금은 의외성에다 희소성이라는 밸류를 포함하고 있어야 된다는 저의

뉴스판단 기준에서입니다. 그만큼 한국인이 죽는다는 것이 의외도 아니고 희소성도 없기 때문에 이제는 그런 애기가 우리 귀에는 식상하게 들린다는 것입니다. 물론 죽음자체는 슬픈 애기지만 말입니다.

그러면 왜 우리는 그 많은 총알의 총알받이가 되어 왔는지에 대해서 몇가지 관점에서 근원을 찾아 나서 보도록 하죠.

우선 필리핀에서 한국사람들이 경비원의 총알과 잘못된 랑데부를 하게 된 역사는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국인들의 필리핀으로 이동이 많아진 90년대부터라고 봐도 크게 빗나갈 것 같지는 않군요.

90년 초에도 케손의 티목과 케손로에는 술집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도회스럽지 않고 조금은 여유가 있는 그런 곳이었던 걸로 기억이 되는데요, 티목과 케손로가 만나는 사거리에서 마닐라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허름해 보이지만 당시로선 그런대로 재미있고 술값도 싼 곳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흔적조차 없어졌지만.

벌써 그때 음주중 시비뒤에 도망가다가 한 사람이 경비원의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뒤로 필리핀 술집에서의 총기사고로 인한 사망사건은 많이 줄었죠. 그것은 그만큼 경험에서 축적된 교육의 효과라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이 애기와 함께 당시 많은 한국인들의 입에 회자된 사건은 한국인 여러명이 필리핀 술집에서 한껏 마시다가 시비가 붙은 뒤, 경비원의 사격위협에 놀란 나머지 사타구니 밑으로 기어서 지나가라는 경비원의 명령에 전부 따랐다는 자존심 상하는 애기가 있었습니다. (참고로 당시엔 한국인이 운영하는 술집이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필리핀에는 민간인들이 총기를 많이 소지하기 때문에 총기사고가 자주 일어 납니다. 그래서 범죄에 사용되는 경우도 많지만 자기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 총기를 소지하는 경우도 아주 흔합니다. 총기가 많으니까 자연히 자신을 방어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필요성도 강하게 대두되고, 그 결과로 인해 정당방위도 상당히 폭넓게 인정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입니다.

그러면 정당방위란 어떤 것일까요. 제가 법률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외부의 위해로부터 자기자신을 정당하게 방어하는 것이 정당방위가 아닌가 나름대로 해석을 해봅니다. 여기서 외부의 위해로부터 자기자신을 정당하게 방어한다는 의미에 대해서 우리들은 필리핀의 사회적인 현실을 기반으로 해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부의 위해 - 이것은 제 3자가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일텐데요, 여기서는 필리핀에서의 총기소지의 대중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총한방이면 내가 죽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싸움판에서 상대방이 총기소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하나뿐인 목숨을 담보로 게임을 하고 있는 마당에 결정을 위한 긴 고뇌는 필요치 않으니까요.

위와 같은 사회적 현실이 필사람들의 행동양식을 결정해 온 주요한 변수가 되지 않았나 여겨집니다. 특히 싸움에 있어서 필리핀인들의 그것은 우리들의 눈으로 보면 조금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싸움을 잘 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싸움같은 싸움도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싸움이라는 것은 바로 천당이나 지옥으로 가는 원서제출과도 같기 때문이죠. 시비가 붙었다가도 그냥 흐지부지 싸움이 끝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면 한국사람들의 싸움은 어떤가요. 우선 모가지에 고래심줄을 붙인 것처럼 힘을 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야 됩니다. 그리고 실제로 태권도 종주국답게 2단 옆차기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한때의 프로권투가 성행했던 나라였다는 것을 증명하듯 주먹질도 왔다 갔다 해야 합니다. 그러나 목숨은 하나라는 것을 많이 존중(?)해 줍니다. 그러니까 치명적인 사고로의 발전은 싸움의 빈도에 비해서 그렇게 많지 않는 애기죠.

제가 예전에 학교에 다닐 때 한국학생끼리 엄청난(?) 싸움이 있었습니다. 당시 영문학과에 다니는 젊은 학생이 자기보다 나이 많이 먹은 다른 학생에게 매일 "미스터 XX"하면서 부른데서 사건이 밣생했습니다. 영어로는 미스터라는 단어가 존칭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필리핀은 영어사용국가니까 영어로 그렇게 부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 언사가 아니라고 우긴거죠. 그정도 되면 우리는 당연히 전쟁을 치뤄여 합니다.

문제는 당시의 사건을 본 필리핀 학생들의 반응입니다. 다음 날 필리핀 학생이 한국인 학생한테 묻는 첫 질문이 바로 이겁니다. 필리핀 학생: "어이, 어제 누가 죽었냐?" 한국학생: "죽긴 왜죽어. 기냥 싸운건데." 이처럼 싸움에 대한 한국인과 필리핀인들 간의 인식차는 큽니다. 필리핀인들은 그 정도의 싸움이면 어느 한쪽이 숨을 거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반해, 한국인들은 그저 올림픽의 한 경기쯤으로 생각한다는거죠.

필리핀인들은 한국인들이 싸우듯 누가 자기한테 달려들면 자기자신의 생명에 위해를 주는 것으로 판단을 한다는 것을 제가 예를 들어 간접적으로 설명을 한겁니다. 다른 말로 하면 그정도로 필리핀 사람들에게 하면 바로 총알받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죠.

자기자신을 정당하게 방어하는 것 - 자기자신을 방어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자기를 죽이기 전에 자기가 먼저 상대방을 제압해야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봐야 될겁니다. 더구나 총이라는 무기가 보편화되어 있는 필리핀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러하죠. 미국 서부영화의 총잡이들이 살아 남는 단 한가지 방법은 상대방보다 1초라도 빨리 총을 뽑아 정확하게 쏘는 것을 의미 한다고 봐야죠.

기본적으로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필리핀사회도 바로 그러한 생존의 법칙이 통용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은행이나 상점이나 할 것 없이 총을 들고 대문을 지키고 있다는 것은 바로 그런 사회의 룰이 이 사회를 이끌어 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

이런 정당방위의 논리가 생존의 논리로 연결된 사회에서 바로 경비원(security guard)의 존재필요성이 대두 된 것입니다. 서부의 특등사수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돈있는 사람들은 그런 사수들을 돈을 주고 고용을 하는 것이지요. 돈을 받았으니 돈을 준 고용주가 의도한 임무를 수행할 의무가 경비원에겐 있습니다.

물론 어떤 한국인들은 고물총이 총알이나 제대로 발사되는지 의심이 간다고 농담아닌 농담을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것은 엄연히 총입니다. 발사가 되지 않는다는 100% 확신이 서지 않는 한 항상 100% 발사 된다는 전제하에서 행동을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신으로부터 임대받은 목숨은 단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죠.

게다가 생긴 몰골도 꾀죄죄하고, 갖고 있는 총도 총이 아닌 것 같이 느껴지면 바로 한국에서 하던 습관이 관성적으로 분출합니다. 애기밴 여자가 들으면 애가 떨어질 정도로 고함을 지르고, 우리의 고유권법이라는 태권도의 2단 옆차기에다 장정구의 원투 스트레이트의 유사품을 자랑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평소 엄청 게으를 것 같던 필리핀 경비원의, 발사될 것 같지 않던 총구에서도 불을 뿜습니다. 모처럼만의 삐나투보화산의 폭발처럼 말입니다.

경비원, 그들은 자기의 고용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 줄 의무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주인이 한국사람이라고 해서 그들이 한국사람인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엄연히 필리핀인이며, 그들은 필리핀식대로 살 권리가 있습니다. 총의 방아쇠를 제어할 권리는 한국주인이 아니라 바로 필리핀인 경비원의 손가락이 갖고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동포와 싸우고 있다는 환상 - 그것은 끔찍한 죽음과의 입맟춤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깨달아야 할 때입니다.

이번에 앙헬레스의 한국인 운영 술집에서 발생한 경비원의 총에 불귀의 몸이 된 경우외에도 들으면 웃음이 나올 만한 사건이 한번 더 있었습니다. 오래지 않는 옛날, 유명한 사기꾼이 한 어리숙한 지하수개발업자을 농락해서 지하수개발용 장비를 뺏을려는 과정에서 벌어졌다는 애기입니다.

아마 이 애기도 한쪽 귀 정도만 열어 놓고 산 교민이면 대충은 알 수 있을 사건입니다. 바로 사고는 지하수개발용 기계를 2명의 경비원이 지키고 있었는데, 그걸 우습게 본 한국인의 순간적인 착각에서 비롯됐습죠. 물론 주인은 자기의 허락없이는 절대로 그 장비를 못 갖고 나간다는 것을 경비원에게 애기했겠죠. 그런데 야간에 2명의 한국인이 와서 그것을 자기 것이라고 우기면서 가져 가겠다고 했고, 당연히 경비원은 안된다고 했는데, 문제는 한국인 한사람이 한 경비원에게 폭력같잖은 폭력을 행사한데서 발생했습니다. 그러자 바로 옆에 있던 다른 경비원의 총구에서 불을 뿜었다는군요. 한국인 한명당 3발씩 먹였는데, 행인지 불행인지 그 세 사람이 다 살아 놨답니다. 물론 몇 번의 수술을 하고 난 뒤에 말임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목숨은 하나, 총알은 많습니다.

PS)그 지하수 개발업자는 있는 돈 다 날리고 비자연장할 돈이 없어 장기 불법체류하다 겨우 어떻게 어떻게 한국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총맞은 그 사기꾼들은 처음에는 개과천선의 빛이 보이더만, 그 뒤 제 버릇 개 못준다고 다시 그 직업으로 복귀했다네요. 총알이여! 제발 눈을 부릅뜨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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