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해를 통해서 본 필리핀 사회문화와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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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를 통해서 본 필리핀의 사회문화와 우리의 자세

12월 20일쯤 되나요? 죄송합니다. 제가 정확한 날짜를 몰라서리. 한국신문을 통해서 먼저 봤습니다. 바로 필리핀 하고도, 중간 허리쯤에 붙은 레이떼라는 섬에서 일어난 일이죠.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인해서 수백명(300명이상?)이 몰살했다는 전설같은 애기인데요.(신화는 90년 초의 일로 똑같은 레이떼섬의 Ormoc에서 일어난 홍수로 6,000명이 몰살한 것임) 레이떼 중에서도 남쪽에서 일어 난 이 사건은 보통 한국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우선 이해가 잘 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면 필리핀은 바로 지금이 비가 오지 않는 건기철인데 어떻게 산사태가 날 정도로 홍수가 날 수 있느냐는 겁니다. 그러나 필리핀의 기후는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치 않습니다. 다양한 기후중에서 이번에 사고를 친 레이떼섬의 기후는 5월부터 1월까지 비가 엄청 많이 내리는 계절과 적게 오는 계절로 나눠지는 타입입니다. 이러한 타입은 케손지방에서부터 해안선을 따라 남동쪽으로 내려가면서 비콜지방, 사마르, 레이떼, 동부 민다나오섬까지 나타나는 유형이죠.

사실 고백하자면 저도 정확히 필리핀 기후를 모릅니다. 지금 이 글을 쓸려고 옛날에 올려 놓은 내용을 보니까 그렇네요. 어떻게 보면 구차스런 변명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이런 기후보다는 필리핀 사회와 문화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고 둘러 대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중요치 않는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필리핀에 오래도록 정붙이고 살려면 바로 사회와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사회를 이해하고 문화를 가슴에 품는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허나 그렇기 때문에 더더우기 한번 섭렵해 보고 싶은 욕망을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선 졸지에 저승길을 재촉한 죄없는 영혼들에게 부디 좋은 곳으로 가서 영면하라고 기도를 올려야 되겠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얄궂은 필리핀사회와 문화에 대해서 한꼭지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필리핀사람은 정말 모르겠습니다. 이것이 솔직한 저의 심정입니다. 알려고 하다가 벅차면 포기하고 싶은 욕망이 용트림을 합니다. 그러면 나는 벌써 필리핀사람이 다되어 가는구나 하는 자괴감이 생기죠. 하지만 저는 한국사람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또 다시 머리를 싸매고 가슴을 열면서 필리핀이라는 실체에 다가갈려고 노력을 하곤 합니다.

그럼 우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한국사람이기 때문에 이 경우를 한반도에서 일어 났다고 가정을 해봅시다. 당장 텔레비죤에서는 종일 사고소식을 현장중계 할겁니다. 그리고 광화문 인도 한편에선 구호성금을 걷는다고 난리를 칠거구요. 당연히 매스컴들은 이걸 중계하지 않으면 마치 현대판 이완용이라도 될까봐 앞다퉈 방송을 하겠죠. 모든 아나운서가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고 장담을 할 한국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리고 모든 신문 1면 좌측상단에는 사고소식과 함께 뭉치돈을 성금으로 낸 재벌회장님의 사진과 함께 돈 액수가 큼지막한 활자체로 장식을 하고, 우측상단에는 동포애를 더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십시일반으로 얼마씩 낸 명단과, 그 중간중간에 또 다른 누스거리를 곁들입니다. 이런 연속극이 1주일이고 2주일이고 계속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감히 누가 지겹다고 입밖에 내지늘 못합니다.

그럼 필리핀에서 일어 난 것을 중계방송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막상 중계방송할려고 하니까 할 건덕지가 없네요. 할 것도 없으니까 요즘거랑 옛날거랑 짜깁기 해서 보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텔레비젼에선 사고가 난 시점 전후해서, 흙더미에 깔린 시체를 생비디오 비슷하게 돌린다. 그리고 난뒤, 대통령이 나와서 쬐금 심각한 얼굴을 하면서 사고를 당한 가족중에서도 나이 많은 롤라(할머니)나 롤로(할아버지)를 붙들고 깊은 애도를 표하는 척한다. 그리고 재해자금에서 얼마를 보조하겠다고 약속을 한다. 그 뒤에 미국이나 일본 혹은 유엔에서 기부금을 얼마 냈다고 보도를 한다. 일반사람들도 대충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아예 말을 하지 않거나, 해도 짧게 몇마디 하고 만다.

나아가서 데레비죤에는 먼저간 영혼을 위로 하는건지 젊은 여자애들이 나와서 손을 무릎에 얹고 히프를 뒤로 쭉 내민 상태에서 오쵸 오쵸(Ocho Ocho, 요즘 필리핀에서 대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댄스음악)에 맞춰서 한국인들로선 꿈에도 그리지 못할 얄굿은 춤을 춘다. 그렇다고 토크쇼에 나온 게스트의 웃음소리가 낮아지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돈많다는 SM백화점의 사장 Henry Sy는 대목장사하느라 바빠서 그런지, 아니면 돈내랄까봐 코뺑이도 비치지 않는다.돈많다는 중국인들이 몰려 있는 Binondo지역에는 뭔가 다른게 있을까 궁금해 할 필요도 없다. 차라리 그 시간에 싼 산미겔한잔 때리는 것이 훨씬 정신건강에 이롭다.

대충 그렇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나는 욕을 하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모르니까. 그리고 남의 집 제삿상에 감놔라 대추놔라 할 일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왜 우리는 이러질 못할까 몇 번을 생각해 봤습니다. 미국과 일본이 각각 1천만페소(2억 2천만원)를 기부하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유엔에서 미화 5만달러를 질렀군요. 이러고 신문 1면 좌측 중간쯤에서 회색박스기사로 그런다고 나왔네요. 2억2천만원이라. 그게 지금 한국에선 돈이 아니죠, 종이지.

그럼 한국정부야 그렇다 치고 삼성에선 왜 베팅을 안쳤을까요. 광고비가 비싸다고 생각했을까요. 한인회서 방송국 카메라기자 한사람 초청하고, 몇 개 신문사 기자한테 귀뜸주면 모일텐데요. 그 자리에서 십시일반으로 돈내는 걸 보여 주면 과연 돌아 오는게 없을까요? 그러고 난뒤 돌아 갈 때 차비랑 메리엔다(간식)값 주면 좋아 할텐데 말입니다. 설사 기사로 안나오면 어떻습니까. 기냥 투자라고 치면 되죠. 이민국장 소나타 2대 사줄 배포(?)는 있으면서 그 한 대값을 지를 통은 왜 안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걸 설명해 줄 사람 없나요?

제가 이렇게 하자고 하는 배경은 이렇습니다. 어제 어떤 분이 일관계로 아는 필리핀 변호사를 만났는데, 그 변호사 왈 "일관계로 이민국에 갔더만 이민국 사람들이 지금 한국사람들이 필리핀을 침략(invade)한다고 말하더라"네요. 침략! 섬찟하지 않으세요? 하여튼 내년에는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imway독자님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돈 많이 버세요. 꾸~~~~~~~~~~~~~~~~뻑. [2004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