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판 - 필리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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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판 필리핀 정치

* 코미디에 왜들 놀라십니까 ?
필리핀 정치판은 한편의 코미디와 같다. 특히 선거판은 코미디의 결정판이다. 이러한 코미디를 보고 놀라는 한국사람들을 보면 또다른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기분이다. 코미디를 보고 무서워 해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한국인(나도 한국인 임)처럼 한번 웃겨 보라고 턱을 내밀고 눈에 쌍심지를 켜고 봐서도 더욱 안될 일이다. 그러면 필리핀사람처럼 코미디를 러브스토리로 착각해 봐야 하느냐? No. 결론적으로 말하면 코미디는 코미디로만 봐야 한다는 지론 속에 필리핀 코미디(사실은 필리핀 정치 애기)를 앞으로 연재해 볼까 한다. 결코 코미디를 비극이나 러브스토리로 착각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 당부 -- 서스펜스 쓰릴물로 착각을 해서 저에게 메일을 보내 필리핀 코미디가 어떤건지 묻는다거나 게시판에 유사한 글을 올려 게시판이 한국 MBC의 코미디판을 만들지 말도록 머리숙여 당부를 올리는 바이다.
이번 선거는 현 대통령 Aroyo와 축출된 전 대통령 에스트라다간의 게임 - 가난한 사람들이 있는한 에스트라다는 외롭지 않다. 5월 14일 실시된 이번 선거는 현대통령과 전임 대통령간의 힘의 대결장이었다. 불법 도박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촉발된 시민혁명(EDSA II)으로 권좌에서 물러난 전 대통령 에스트라다는 이번 선거에서 이겨야만 앞으로 남은 험난한 재판과정에서 키를 잡을 있다고 생각하고 총력을 기울였던 선거였다. 한편 아로요 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의 승계과정이 완벽하지 않는 약점을 카버하고 앞으로의 의회를 장악해서 경제개혁을 비롯한 개혁입법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역시 사활을 건 싸움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5월 초의 친 에스트라다지지자들의 말라까냥으로의 진군은 EDSA II혁명의 컨닝판을 만들려는 의도였었다. 법에 의존하기 보다는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두파간의 치열한 힘겨루기였다. 가난한 판자촌 사람들을 돈으로 사서 최후의 힘을 써 보았지만 그렇게 신통치 않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현 대통령이 도덕적으로 약간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선거의 결과를 예측하는데 조그만 단서가 될 뿐, 그 이외에는 사실 별 큰 의미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선거결과도 결국에는 그리 중요한게 아니지만. 두 편간의 싸움에서 더 필사적일 수밖에 없는 쪽은 전 대통령 에스트라다. 그는 어떻게든 이번 선거에서 자기 목소리를 낼만큼의 표를 얻어야만 자기 인생에서 처음으로 맛보는 쓰디쓴 미래를 조금이나마 쉽게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얼마나 급했으면 자기 마누라까지 상원후보로 내 보냈을까? 당선은 되더라도 어차피 소수에 머물 자신의 진영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렇게 많지 않아 보이는 것이 그로서는 마음 괴로운 일일 것이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대통령제는 운영의 묘를 살리기가 상당히 힘이 드는 제도다.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나 막강하기 때문에 그 강한 권력에의 유혹을 떨쳐 버리기가 쉽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게다가 정치인이라는게 얼마나 현실적이고 야비하고 권력지향적인가. 밑의 피래미들은 어차피 권력의 중심축을 향해서 이동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 우리들이 늘상 후진국 정치에서 보아 왔던 것이 아닌가. 벌써 필리핀에서도 옛날 에스트라다 정권때 그에게 빌붙어 살았던 상원의원 3명이 현대통령쪽으로 가겠다는 긴급타전을 보냈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 모든 여건은 에스트라다에게 불리하다. 그러나 그에게도 한가지 기댈곳은 있다. 그것은 필리핀에는 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과 정치적 의식수준이 낮은 그들은 에스트라다를지지할 수도 있다는 하나의 가설이다. 이런 전제에 보태어져 타락한 그에게 희망일 수도 있는 것은 그를 결국 이지경에까지 가게한 일로꼬스 수르주의 주지사였으며 그의 불법 도박자금 수수를 발설했던 Singson의 처리문제다. 그를지지하는 많은 필리핀의 가난한 사람들은 왜 싱손은 무사한가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 똑같이 불법도박으로 돈을 챙겼으면 똑같이 감옥으로 가야하지 않느냐는 지극히 기본적인 문제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정말로 햇갈리네) 대통령과 주지상의 차이점을 모르는 필리핀사람의 숫자가 많을수록 필리핀의 미래는 힘들지 않을까. 주지사가 타락하면 한 주를 팔아 먹지만 대통령이 타락하면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있다는 진리를 그들은 아직 모르는 것 같다. 이것을 모르는 가난한 사람들이 있는 한 에스트라다는 외롭지 않을 것이다.

한 집안이 5월 14일 선거에서 싹쓸이 승리 -- 북치고 장구치고
필리핀 비사야지방의 한 부속주에서는 한집안이 선거에서 거의 싹쓸이를 해서 화제가 된 모양이다. 레이떼주의 부속주인 Biliran에서는 Gerardo "Gerry" Espina Sr.씨집안이 새로이 지방 정치왕조로 부상했다는데, 아버지인 Gerardo "Gerry" Espina Sr.씨가 이 지역의 유일한 지역구 선거에서 변호사인 경쟁자 Luben Almadro씨를 물리치고 하원의원에 당선되었고, 장남인 Rogelio씨는 주지사로, 또 다른 아들인 Gerardo "Gerry" Espina Jr.씨는 이주의 주도인 Naval시의 시장으로 당선됐다. 그리고 Kawayan읍의 시장(읍장)자리도 그의 아들인 Rudy씨가 현시장을 이기고 당선돼 한집안에서 4명이 선출직에 동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이들은 똑같이 자기들의 성을 딴 조그만 지역정당에 불과한 Bando Espina깃발을 달고 승리했다는데 특징이 있다. 필리핀에서는 한 집안에서 많은 정치인들이 배출되긴 하지만 조그만 지방에서 이렇게 싹쓸이를 하는 경우도 흔치는 않는 케이스. 아직도 필리핀은 지방의 토호세력들이 지방을 다스린다는 반증으로 해석해야 하는 건지 정말 헷갈리네. 유명한 정치집안 출신으로 한자리 못하면 팔불출중의 팔불출로 취급당하는게 필리핀 정치판의 세태가 아닌가 싶다. 어쨋든 사물놀이패를 하나 만들었으니 기막힌 화음 한번 기대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