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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은 필리핀 사람들에겐 특별한 달이다. 하늘엔
영광, 땅에는 축복이 충만한 달 - 크리스마스가 끼어 있는 바로
12월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그리고 필리핀 제1의
영웅, 호세리잘이 하늘나라로 간날(12월 30일, Rizal Day)이 끼어
있는 달. 11월 30일이 필리핀 제2의 영웅을 기리는 보니파시오 기념일인
것을 보면 이 달은 확실히 끗발면에서 11월에 앞서지 않는가.
환하게 웃는 모습이 언제부터 나를 저렇게 좋아했나
의아할 정도로, 만나는 필리핀 사람마다 예전과는 또다른 얼굴을
하고 다가온다. 설사 나중에 그것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바라는
속내가 가슴속에 서려 있다는 것을 알지라도 그것을 슬퍼하지 말자.
왜냐면 그래봐야 가슴앓이만 생길테니까.
사업을 하거나 아니면 백수로 놀지라도 평소에
가깝게 지내는 필리핀 사람에게 최소한 조그마한 마음만이라도 전할
수 있도록 노력은 해보자. 그것이 설사 이루지 못할 꿈이라도
가슴 한켠에 묻어 두면 어두운 얼굴 한쪽만이라도 밝게 하는 씨앗이
되지 않을까. 기업을 운영하는 분들은 정식직원에게 13 Month's
월급을 준비해야 될 것이고 등돌리곤 못살 관련 공무원에겐 미리미리
인사를 챙기는 약싹빠름도 필요한 달이다.
일은 많이 하지 않고 돈은 많이 챙길 수 있는
달. 12월 중순이면 모든 학교는 크리스마스 break로 접어든다.
신정까지 거의 20일 가까이 긴 휴가가 이어지지만 손에 쥐는
것은 곱절이나 되니까 이 아니 축복이라 하겠는가.
사장님 자리에 앉아 있는 분들, 이런 것이 가슴
아프더라도 그 감정을 얼굴에 나타내면 하느님이 섭섭해 하시니까 신의
제자처럼 웃는 얼굴로 대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하늘에서 내리는
축복중에 조금이라도 당신에게 간다는 것을 마음속에 품고 살라고
권하고 싶다. 이는 거저 해보는 소리가 아니고 실제로 12월의 장사는
일년의 반장사라 하지 않는가. 너나 나나 할 것없이 선물을
준비하느라고 10월부터 분주하다. 그나 하고 싶다고 되는가.
현찰이 있어야지. 그러나 12월은 그게 가능한 달이니까.
돈은 돌고 돌아야 된다는데, 필리핀에서
유일하게 돈이 한 바퀴 도는 달이 12월이다. 바로 돈있는
부자들의 손에서 나왔다가 12월안으로 다시 원상복귀하는 이런 현상은
해마다 12월이면 어김없이 반복된다. 올해는 예전같지 않다지만
그래도 어제보다 좋다는 것만으로도 분명 좋은게 아닌가.
허나 조심하자. 필리핀이 언제 테러의
현장이 될지 모른다는 것은 우리들을 조금은 우울하게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 아닌가. 호주와 캐나다 대사관은 문을 걸어 잠궜고
언제부턴가 중동인들이 시선에서 사라졌다. 마닐라도 렇고
마카티도 그렇고. 이런 때 어학연수생 여러분들은 LA카페로
영어연습을 가는 것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제2의 발리가
되지 말라는 법이 있나.
아, 가을이다. 머잖아 부엔디아로엔 떨어지는
낙엽을 구경할 수가 있다. 그 낙엽속에서 예전에 보았던 뒷산의
단풍을 한번 꿈꿔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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