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의 연말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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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의 연말성적표

1. 대사관은 그간 주재국 이민국측에 우리 국민의 관광비자 체류기간을 종전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여 줄것과 6개월 미만 초과체류자에 대해서는 블랙리스트에 등재하지 말아 줄것을 지속적으로 교섭해 왔는바 동 이민국측은 2003.11.20일자 내규(Memorandum Order No. ADD-03-019)를 통해 다음과 같이 우리측 요청사항을 수용하였습니다.
- 관광비자를 가진 우리국민에 대해서는 최장 1년까지 체류할수 있도록 허가
- 필리핀 공공질서를 해치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필리핀에 6개월 미만 초과체류한 우리국민에 대해서는 앞으로
블랙리스트에 등재하지 않음
- 동 내규는 11.20부터 시행

위의 내용은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의 연말성적표입니다. 정확한 사실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국내에서 필리핀 불법체류자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야기된 양국간 외교상 알력으로, 관광비자 체류기간이 3개월로 단축되었다가 다시 원상회복되는 과정을 보면 한국이 얼마나 외교에 허약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년에서 3개월로 단축되었다가, 그 다음엔 6개월, 그리고 다시 원래대로 1년이 되는 스토리를 읽으면서 필리핀에서 우리의 모습이 얼마나 초라한지 피부로 느껴집니다. 그런 모습은 어떻게 보면 로하스대로의 거지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은 비단 저만의 생각일까요. 필리핀 방문객수에서 당당히 동메달을 획득한 나라에 대한 대접이 길거리거지에게 1페소짜리 동전주듯하는 필리핀 이민국도 얄밉지만, 거기에 장단맟춰 좋다고 흥얼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은 더더욱 가슴을 갑갑하게 합니다.

얻을 것 다 얻고, 뺏을 것 다 뺏고, 받을 것 다받아 가면서 고맙다는 소리까지 챙겨가는 필리핀 이민국을 한국외교담당자의 모습과 오버랩시키면 정말 기괴한 모습이 연출되는군요.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얻은게 뭡니까? 옛날처럼 2개월씩 비자연장을 해주나요. 그렇다고 불법체류자에게 한국정부가 필리핀 불법체류자에게 베푸는 만큼 은전을 베푸나요.

그러나 필리핀은 매달 꼬박꼬박 배미알같은 비자연장비 수입을 챙기죠, 돈쓰러 오는 동포들 때문에 필리핀행 뱅기는 화장실 자리까지 팔아도 팔릴 판이라는데요. 거기다 누가 줬는지는 모르지만 이민국장과 부국장은 그 좋다는 현대 소나타 승용차를 선물받았다고 필사람은 입이 찟어지라고 자랑합디다. 뭐가 그리 고마운 일이 있어서 그렇게 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퍼뜩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것이 뇌물외교의 얼굴이라면 흙묻은 얼굴에 똥칠을 한 것과 무엇이 다를까요.

6개월 있을 것을 1년 있으면 돈이 나오나요? 그러면 우리는 뭣땜에 1년씩이나 있을려고 그렇게 굽신거리면서 사정을 했을까요. 자존심도 없고 실익도 없는 외교행위는 더 이상 존재가치가 없는 것이 아닐까요. 일년씩이나 여행을 할 이유가 필리핀에 있나요? 그럼 1년동안 여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필 이민국이 내년엔 새로운 부업거리 찾아 나서겠군요.

한국외교통상부가 아무리 여행자제권고를 내려도 니노이 아퀴노공항은 여전히 동포들로 벅적거리고, 그 모습을 본 필리핀 사람들은 도대체 이해를 못했다는데, 약발받지 않는 여행자제권고는 가짜 비아그라하고 뭣이 다르겠습니까? 가짜라도 먹고 기분내면 된다고요? 그럼 연말에 짜릿한 밤을 꿈꿔 보세요. 꿈은 이루어진다고 월드컵때 그렇게 외쳐 됐잖아요.

어쨌든 떠날 날 머지 않은 안드레아 도밍고여사의 이별가가 멋집니다. 그 이별가에 판다리 짚는 우리의 모습은 한껏 취한 모습이네요. 오늘따라 참이슬 한잔 먹구잡은 것은 웬 일인가요. 술취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성적표에 도장을 찍을 수 있겠습니까. 미우나 고우나 내 새낀데 찍어야죠. ~~~~ 꽝. 애야 내년엔 좀 잘해야 된다,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