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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술집의 VIP룸

아래 글은 먼 옛날 제가 쓴 글입니다. 우선 죄송하다는 말부터 먼저 해야겠습니다. 한마디로 아래 글은 소설을 쓴 겁니다. "Itaas mo"라는 말의 의미는 우리의 "건배"하고 같습니다. 그러나 글 뒷면에 있는 내용은 틀린 말이 아니니 읽어 보세요. ㅋㅋ

"Itaas mo" -  이 말은 필리핀이 낳은 최고의 히트작품 '산미겔 맥주'의 광고카피입니다.  여기서 itaas라는 말은 2층이라는 뜻이고 mo는 너라는 의미니까 대충 짐작은 갈겁니다.  조금 분위기에 맞는 표현을 쓰자면 "자기야 우리 2층으로 갈래"라는 뜻정도가 아닐까요.  여기서 말하는 2층이 바로 필리핀에서 말하는 VIP룸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럼 VIP룸이라고 하면 우선 삐까뻔쩍한 뭔가를 기대하시겠지만, 사실은 꼭 그러한 것만은 아닙니다.  우리는 VIP에 관련된 것을 생각하면서 시설이라든가 외형적인 것을 먼저 떠올리는게 일반적이지만  필리핀의 술집에 관한 그것은 조금 다르다고 보면 됩니다.

물론 술집의 레벨에 따라서 편차가 있긴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해도 우리네의 그것과는 차이가 난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우리 한국사람들이 최고로 치는 페가수스의 VIP룸은 어떻게 생겼는지 가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거기라고 해서 무슨 외제 샹들리에를 늘어 뜨려 놓지는 않았을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산미겔맥주 광고카피에서 말한 것처럼 VIP룸이 모두 2층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서민들의 삶과 함께 하는 산미겔맥주가 그렇게 광고카피를 만든데는 그것이 바로 필리핀의 VIP룸은 대체로 2층에 있다는 거죠.  시설이야 고급쇼파를 갖다 놓은 곳도 있겠지만, 서민들이 가는 술집의 그곳은 시설이라곤 보통 룸과 다른 게 전혀 없다고 보면 틀림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 날 것만 같은 VIP룸을 그려보자면, 공통된 특징이 실내가 어둡다는 겁니다. 성(sex)은 조금은 은밀한 구석이 있습니다.  그 은밀한 짓거리를 하자면 남들 눈에 띄지 말아야 하고 그럴려면 컴컴한 곳이 아마 제격이겠죠. 그리고 술값이 아무래도 좀 더 나온다는 것또한 하나같은 특징입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별난 것이 없다면 뭣하러 비싼 VIP룸에 들어 가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말해서 비싸면 그만한 뭣인가 있게 마련이죠.  그 뭔가가 바로 여자랑 그 안에서 프라이버시를 누릴 수 있는 권리를 향유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한국인들이 잘하는 더듬수 놓는 것을 조금은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는 거죠. 물론 완전한 자유가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무언의 합의가 있긴 하지만 선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다시 쌍방의 합의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젠가 우리 바랑가이(동네) 술집에서 늦은 밤에 산미겔로 한국의 두고온 산하를 그리워 할 때쯤 옛날의 저와 비슷한 손님 2분이 술집으로 들어 오더군요. 바로 뒤따라 운전사인 듯한 중년 필리핀 남자가 따라 들어 와서 다른 테이블에 혼자 앉아서 맥주한잔 하고 있구요.  한참 애기하던 두분이 접대부랑 2층으로 올라 가더만 곧따라 내려 오더라구요. 바로 VIP룸에 대한 코드가 서로 맞지 않았던 좋은 예입니다.  올라  가보면 실망 그 자체죠.  그곳은 말이 VIP룸이지 옆 테이블과 가려진 거라곤 하나도 없습니다. 딱딱한 나무의자에 판대기로 만든 테이블 - 이게 그 VIP룸의 초상입니다.  딱하나 다른 것은 불빛이라곤 하나도 없는 암흑의 세계라는 겁니다.

가장 중요한 술값은 어떻게 될까요.  이 또한 술집에 따라서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큰 차이는 나지 않습니다. 한가지 최소한 얼마 이상을 마셔야 한다는 마지노선(minimum charge)가 있다는 것이 VIP룸 술값의 특징입니다.  좀 고급이라면 5천페소, 일반적으로 동네술집에 가면 2천페소등등이죠.  이 또한 술집에 따라서 다양합니다.  

이상은 필리핀 술집 VIP룸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이었습니다.  아무쪼록 필리핀에서 술마시면서 어줍짢은 해프닝은 피하는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한마디 적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