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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만성절(All Saints
Day)인 11월 1일은 묘지마다 성묘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날은
우리들이 벌초를 하듯이 지난 1년간 더러워진 묘역을 청소하고 조상들의
영혼을 기리는 날이다. 딱히 우리의 무엇과 딱맞아 떨어지는
날은 없다. 어찌보면 한식과도 같고 어찌보면 추석과도 같은
날. 그래서 연휴는 10월 31일부터 시작된다. 필리핀에서는
백화점을 비롯한 모든 상가들이 철시하는 몇 안되는 날중의 하루이기도
하다.
11월 1일이 All
Saints Day이고 2일은 All Souls Day다. 카톨릭국가이기
때문에 인간으로서 가장 어른은 역시 성인들이라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는 듯, 그 뒤로 자기의 조상을
비롯한 먼저 간 모든 영혼들을 위로하는 때가 바로
이 때다. 그러나 지금은 만성절이 상업성에 물들여져
할로윈데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달고 다닌다. 특히
술집같은데서 입구에 해골바가지를 비롯한 이상한 마네킹을
세워 놓고 죽은 귀신들을 이용해서 돈을 벌고 있다.
Manila South Cemetery. 마카티의
고층빌딩 바로 너머엔 이렇게 죽은자의 육체를 모시는 곳이 있다.
우리 같으면 땅값이 아까워서 못할 짓이 아닐런지. 필리핀의
묘지의 특징은 고층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할아버지묘
위에 할머니묘. 할머니묘위에 아버지. 아버지묘위에 어머니식으로.
아니지 먼저 가면 밑으로 간다고 해야 되겠네. 그래서
무거운 짐을 지고 싶지 않으면 오래오래 살아야 되는 곳이 필리핀이다.
그렇다고 모든 묘가
땅위에 이렇게 올라 와 있는 것은 아니다. 아마 이런
방식은 오래 전부터 내려온 스페인방식이 아닐까 여겨진다.
필리핀 문화가 그러하듯이 최근엔 미국의 영향을
받아 땅밑으로 내려 가는 경우도 있다. 묘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누구누구가 언제 태어나서 언제
죽었다"는 것을 말해 주는 표석밖에 없다. 표석도
우리의 비석처럼 땅위로 치솓아 올라 와 있는 것이
아니고 땅 바닥에 대리석판을 깔아 놓은 형태. 마리끼나에
있는 로욜라 메모리알 공원묘지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우리들과는 달리 태어난지 하루만에
죽어도 묘지를 만들어 주는 것은 죽은자의 영혼에 대한 차이를 보여주는
것같기도 하다. 그러나 초라한 묘지에서 보여지는 뒷느낌은
그만큼 정을 나누지 못한데서 오는 소홀함이 아닐까. 그리고 이승이나
저승이나 돈밝히는 것은 비슷한 모양으로 부자와 빈자의 묘는 이승의
그것과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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