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땅꾼 라리씨를 통해 본 코브라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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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최고의 땅꾼 Larry씨를 통해본 코브라경제학

필리핀 최고의 땅꾼 Larry씨와 저와의 개인적인 인간관계를 애기하면서 필리핀에서 코브라가 어떻게 유통되고 가격이 형성되는지를 짚어 보겠습니다. 그리고 코브라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예의도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코브라에 대한 예의라고 하니까 조금은 의아해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다 따라 하시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겁니다.

제가 Larry씨를 만난 것은 늙으막에 다시 학교를 다니던 90년 초반입니다. 당시만 해도 필리핀에는 한국사람들이 많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필리핀 사람들, 특히 시골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하는 궁금증

때문에 토요일이면 배낭을 메고 그냥 시외버스를 타던 시절이었죠. 제일 먼저 간곳이 불라깐의 발리왁(Baliwag)이란데였습니다. 조그만 읍이었는데 별로 구경할 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누굴 만날 것도 아니고 그냥 어슬렁 어슬렁 거리는 거였죠. 이런 이야기에 저를 모자란 사람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모자란 것하고 imway독자분들의 인생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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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rry와 동료땅군두인간 다 코브라하고 키스를 한번씩 잘못한 인간들입니다.	Apdo(쓸개)채취장면	채취된 압도(손톱크기) 코브라값의 반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요것	이 다리를 건너면 Larry의 가게가 나온다.	Larry가게앞 코브라 동상.

어쨌든 발리왁의 성당근처 넓은 공터 그늘에서 한숨을 돌리면서 별 볼 것없는 시골읍의 정취를 감상하고 있는데 근처에 커다란 자루가 있고 그 주변에 필리핀 촌놈들이 둘러서서 뭔가를 구경하고 있더군요. 저도 촌놈이니까 근처로 어슬렁 어슬렁 거리면서 가 봤죠. 근데 거긴 엄청 큰 배암 2마리가 무더운 필리핀의 여름날씨에 대해서 불평을 하고 있는 거였습니다. (참고로 뱀은 변온동물입니다. 날씨가 많이 춥거나 더우면 쥐구멍에 들어가서 잠을 자죠. 한국에서는 겨울에 자니까 동면이라 하고, 반대로 필리핀에서는 더운 여름에 자니까 하면이라 해야 되겠네요.)

아하 하면서 필리핀과 배암과의 관계를 생각해 봤죠. 필리핀하면 코브라를 연상하던 시절이었으니까 당연히 코브라냐고 물어 봤는데, 그건 코브라가 아니고 sawa라고 하더군요. 우리나라의 구렁이 종류였습니다. 영어로는 Pyton이라고 하는데 길이가 큰놈은 2미터 가량 됐습니다. 하여튼 그때부터 코브라를 찾으러 빰빵가, 불라깐, 딸락, 바탕가스로 멀리는 빵가시난 지방까지 다 누볐습니다. 그렇게 한달을 뒤진 끝에 코브라는 딸락지방에 가장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왜 여기에 코브라가 가장 많은가 하면, 바로 사탕수수밭 때문이었습니다. 코라손 아키노 친정집안의 사탕수수 플란테이션 농장은 유명하죠. 바로 이 사탕수수밭에 서식하고 있는 수많은 들쥐들이 바로 코브라가 많은 이유였습니다. 먹이가 풍부하니까 쳐먹고 하는 짓이 쌕쌕거리면서 하는 Sex였을 것이고 그 섹스의 부산물이 바로 코브라 새끼. 그 새끼들이 크면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진짜 코브라가 되는거죠. 독자 여러분 이해가 됩니까? 머리가 나빠서 이해안되는 분들도 오해는 하지 마세요.

한달간의 수색끝에 결정적으로 저한테 걸린 놈이 Larry란 인간이었습니다. Capas에서 지프니를 타고 20분정도 가면 Concepcion이란 조그만 읍이 나옵니다. 이 읍이 유명한 것은 술집 때문이 아니고 바로 필리핀 민주화의 상징적 인물인 니노이 아키노고향이란 것 때문입니다. 지금도 니노이의 옛날 집이 여기에 남아 있죠. 필리핀 최고의 땅군 Larry씨도 바로 니노이와 같은 땅을 밟으면서 살던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Larry씨를 함부러 대하지 마세요.

당시 토요일 아침 일찍 출발하면 마닐라에서 2시간에서 2시간 반 정도로 꼰셉씨온에 도착합니다. 점심먹고 같이 루손 대평원의 품속으로 코브라사냥을 떠났죠. 그리고 밤이면 이웃 바랑가이로 가서 온동네 사람들과 같이 술잔을 기울이면서 세월을 보냈습니다. 산미겔 한박스와 오리 3마리, 합쳐서 한국돈 만원이 조금 더 되나요? 그런 돈으로 밤새껏 즐기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다 이웃 바랑가이에 fiesta(축제)라도 있으면 Larry씨의 고물 오토바이에 같이 몸을 싣고 온천지가 내것인양 돌아 다녔죠. 두말할 필요없이 재미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호시절에 코브라를 안주삼아 산미겔 엄청 마셨죠. 당시엔 1kg에 60~70페소정도 하지 않았나 싶군요. 배암괴기 엄청 질깁니다. 질기니까 안주가 적게 들어서 좋드만요. 코브라 고기 한쪼가리 하면 맥주 한병 마시니깐요. 그래 그래 보내던 세월에 먹구름이 닥친 것은 바로 한국사람 때문이었습니다. 성이 "은"이라는 사람이 조용한 코브라비지니스계에 머리를 내밀면서 저의 코브라고기 사랑도 식어만 같습니다. 바기오에 갔다가 내려오면서 꼰셉씨온에 들렀는데, 코브라값이 엄청 올랐다는거예요. 왜그러냐니까 한국사람이 와서 200마리를 주문해 놓고 갔다는 겁니다. 그것도 남대문에서 산 싸구려 가짜 운동화 선물까지 해 가면서요. 무엇인든지 주인마음이죠. 올리고 싶으면 올리고 내리고 싶으면 내리는게 다 주인 마음이잖아요.

그 당시 내가 온몸으로 저항을 한 수단은 코브라와 인연을 끊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코브라를 먹지 않습니다. 이유는 당시의 얄미운 Larry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다른 이유는 새벽에 화장실 가서 오줌 누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무슨 애긴지 이해가 가지 않을 분도 있을거예요. 쉽게 말해서 오줌이 만유인력의 법칙에 의해서 결국에는 밑으로 내려 가야 하는데 처음에 위로 향한다는거죠. 그걸 강제로 밑으로 향하게 하는 방법이 어떤 건지를 생각해보면 그 고통을 이해할 수 있을겁니다. 그 노력을 게을리 하면 조준이 옳게 안되고 자연히 화장실이 지저분해 집니다. 화장실 청소하기도 힘들지만 남아 도는 힘의 뒷처리 비용이 또한 만만찮게 들거든요. 그래서 질긴 인연을 끊은 겁니다.

이번에 들렀는데 얄미운 Larry가 사정이 예전만 못하드만요. 코브라 한 두 마리 사줬으면 하는 마음이 동하긴 했어도 꾹 참았죠. 한켠으론 불쌍한 마음이 들더군요. 그래서 갖고간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제 사이트에다 한페이지 올려 주면 삶에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요. 더군다나 한국사람땜에 어려워졌다는 소리에 제 마음이 결정적으로 약해졌습니다.

사연인즉 한국인 한사람이 찾아와서는 코브라를 엄청 주문해 놓고 갔다는군요. 자그마치 필리핀 돈으로 8만페소어치를 말입니다. 우리한테는 작은 돈일지 모르지만 필리핀 사람에게는 거금이죠. 더구나 촌동네 사는 Pinoy들에겐 더 크게 느껴지는 액수일테고요. 주문했는데 뭣이 문제냐고 화내실 분이 있을 것 같아 제가 빨리 답을 써야 되겠군요. 문제는 약속을 하고 오지 않았답니다. 그리고 재수없게도 다음날 필리핀의 Department of Environment & Resources(환경 자원성)에서 나와 그 많은 코브라를 다 압수해 간겁니다. 왜나하면 코브라를 잡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거든요. 먹이사슬을 붕괴시켜 결국은 환경을 파괴한다는거죠. 내가 왜 그렇게 어리석게 행동했냐고 물었드만 대답이 모든 한국사람이 다 imway의 쥔장 같은 줄 알았다는 겁니다. 실제로 저의 자랑이 아니라 당시 약속하나 만큼은 꼬박 꼬박 지켰더랬거던요. 그러니 한국사람의 약속은 하나님이 한 약속이나 똑같다고 생각한 거죠. 정말 큰 실수였죠.

그런데 그 뒤 문제의 한국사람이 와서 한다는 애기가 가관이었습니다. 왜 안왔냐니까 바빠서 못왔다는 겁니다. 바빠서 못왔다는 애기도 그냥 하면 덜 밉죠. 덧대어 한다는 애기가 더더욱 웃기더군요. "필리핀 사람 너그들은 잠자고 싶으면 잠자고 하지만 한국사람들은 할 일이 밀려 있기 때문에 항상 바쁘다"면서 약속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는군요. 그러니까 방귀 뀐 놈이 화 낸 것 하고 비슷한 격이죠. 뱀장사 주제에 뭣이 그렇게 바쁘다는지 이해가 안가는군요. 코브라는 잡아 놓는 날부터 단식에 들어 가기 땜시 코브라를 위해서 식사준비할 일도 없을텐데 말예요. 분명히 속으론 짜증 났을 겁니다. 그러나 Larry는 겉으론 웃더군요. 웃으면서 보태는 말이 코브라 장사 하는 한국사람이 많이 생겼다더군요. 옛날부터 뱀을 판 팍상한 가는길의 서울건강원과 빠라냐께, 그리고 최근엔 코스탈로드에도 한집이 생겼다고 애기해 줬습니다.

요즘은 그 한국사람들은 자기한테 사러 오지 않는다는군요. 직접 코브라를 잡는 땅꾼에게 간답니다. Larry씨는 예전엔 자신도 직접 잡았더랬는데 지금은 땅꾼한테서 사서 다시 파는 수집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사람들이 직접 수집하고부터 코브라값이 엄청 올랐다는군요. 그래서 중국인들은 요즘 코브라를 사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코브라값이 오르고 머지 않아 극성스런 한국사람 땜에 장사하기가 쉽지 않다고 중국인들이 느끼는 언제쯤엔가는 한국인 코브라 장사들 필리핀공무원한테 얻어 터질 날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때는 돈으로 또 해결을 봐야죠. 그때를 대비해서 지금은 저금을 많이 해놔야 될 것이고, 그럴려면 코브라 한 마리에 50불, 관광객한테는 100불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우리 인자 여기서 결론을 내리야 될 것 같군요. 코브라 장사하는 한국분들 이제 약속 좀 지킵시다. 괜한 원한 사지 말고요. 그리고 조금 조금씩 주문하세요. 왕창 주문하면 가격을 후려 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데 착각입니다. 왜냐면 코브라는 공장에서 물건 뽑듯이 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닙니다. 수요가 몰려도 생산에는 한계가 있는 물건입니다. 왕창 주문하면 가격이 내려 가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올라 가는거죠. 코브라 자신들이 밤마다 사랑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 세상에서 시도 때도 없이 그걸 하는 짐승은 인간밖에 없죠. 그리고 코브라를 잡는 땅군이 그렇게 많질 않습니다. 왜냐면 잘못하면 저승으로 가는 Shortcut을 택해야 되는 직업인데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못되죠.

부탁할 것은 다들 가격을 흐리는 행동은 하지 맙시다. 그리고 행동 조심하고요. 말도 물론 조심해야죠.

Larry가게 가는 법 Larry씨 가게를 갈려면 고속도로가 끝나는 Mabalacat톨게이트에서 Capas로 가는 국도로 가지 말고 Concepcion으로 가는 도로를 따라 가다 보면 좌측 사진에서 보는 다리가 나옵니다. 다리에서 약 100미터만 더 가면 도로 왼편에 가게가 있고 가게 앞에 코브라동상과 똘똘한 Larry가 그렸다는 "코브라 팝니다"라는 한글 간판이 보입니다. 물론 Capas로 가도 됩니다. Capas공설시장을 지나서 조금 더 가면 삼거리가 나오고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꺽어지면 됩니다. 똑바로 가면 바기오 가는길이고요. 찾기가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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