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으로 먹는 필리핀식 레스토랑

필리핀 문화

2004.2.4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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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mayan sa Palaisdaan

필리핀의 계룡산 Mt. Banahaw. 음양의 조화인 듯 구름 위로 삐죽이 내민 2개의 봉우리가 인상적인 이 산은 온갖 필리핀의 도사들이 다 모여 있는 곳이다. 이 산자락에 Lucban이라는 조그만 읍이 자리잡고 있다. 산 중턱에 자리잡은 탓으로 골목길은 경사가 심하고 너비도 승용차가 겨우 비켜 갈 정도로 좁지만 사람들은 이 산의 영감탓인지 온순해 보인다.

이런 곳에 머시 없을까 싶어서 찾아 본 곳이 바로 Kamayan sa Palaisdaan이라는 레스토랑이다. Lucban에서 Tayabas로 가는 국도 중간에 터를 잡고 있다. 이 레스토랑은 바탕가스지방, Lipa시의 유명한 영화배우출신인 Vilma Santos여시장의 단골집일 만큼 한마디로 이색적이라 할 수 있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것도 그렇지만 연못위에 띄워 놓은 원두막에서 식사를 한다고 한번 상상해보라. 바로 밑에는 붕어들이 훠이훠이 헤엄치고 놀고 있고, 이만하면 신선은 못되도 人仙정도는 되지 않을까.

Kamayan이라는 따갈로그말은 우리네 말로 손을 의미한다. 이 단어가 이름에 들어 간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여기서는 맨손으로 식사를 해야 하기 때문. 물론 수저와 포크를 달라고 하면 주긴 하지만 원칙적으로 손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 예의다. 이름에까지 넣어 놓은 속뜻을 한번 헤아려 보시와요. 가까운 곳에 손을 씻는 곳이 있으니까 깨끗이 씻고 한번 도전해보라. 이런걸 마다하면 필리핀에 올 이유가 무언가. 안그랴?

그리고 Palaisdaan이라는 단어는 고기를 기르는 연못(fishpen)을 의미하는 말로서 바로 이 레스토랑의 주메뉴가 고기(민물생선)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도 바로 원두막이 떠있는 연못에서 자란 괴기. 이 고기는 한국의 붕어 비슷한 것으로 맛이 심심한 것이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싱거웁다 싶으면 종업원에게 부탁해서 chily를 갖다 달라하면 조그맣게 생긴 매운고추를 갖다준다. 이것을 으깨어 넣은 간장에 구운생선을 찍어 먹으면 별미중의 별미. 우와 쥑인다. 여기다 시원한 산미겔 맥주한병 때려봐. 어떤가. 아, 산미겔 생각하다 잊어 먹을 뻔 했네. 아유 식은 땀 나. 혹시 강태공의 후손이 있으면 자가용 낚싯대를 가져가시유. 직접 낚시로 잡아 주면 그걸로 요리를 해 준디야. 잡으면 공짜냐구? 그럼 주인은 논팔아 장사하는 줄 아시요. 안 물어 봐서 잘은 모르지만 똑같은 요리값으로 받을 것 같구만요.

이 생선을 사용한 메뉴도 크게 2가지로 나눠진다. 하나는 Ihaw 한 것. 이 Ihaw라는 말은 구운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석쇠에 생선을 굽듯이. 그리고 다른 하나는 단어가 생각이 잘 안나네요. 어쨌든 요것은 물기가 좀 있는 찌게종류라 생각하세요. 물론 고춧가루가 들어 간 한국식 찌게는 아니고. 이 찌게의 특징은 이지방의 특산물인 코코넛 안의 살부분을 빻은 가루를 넣은 듯, 색깔이 흰 것이 특징이다. 손으로 먹기가 조금은 이상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먹어 봐야 하는 것이여. 알겠재.

그럼 이렇게 쥑이는 곳을 갈줄 알아야 어떻게 할 것이 아닌감. 맞아 멎어. 우선 팍상한으로 돌아 가는 길이 있고 Lucena로 해서 가는 두가지 길이 있으께, 아무튼 스스로의 취향에 따라서 고르도록. 지의 생각으로는 승용차로 갈려면 팍상한으로 돌아서 가는 것도 괞찮은 코스다. 왜냐하면 팍상한을 지나 Cavinti, 그리고 Luisiana를 거쳐 가는 이 2차선 국도는 한마디로 환상 그 자체다. 돌아 돌아 올라 간다 싶으면 어느새 내리막길이고. 길이 지루하다 싶으면 다시 천국으로 오르는 계단을 밟는 듯 하는 길이 바로 이길이기 때문이다. 시골길이라 팍상한에서 가는 1시간여의 여정이 여느 시골길을 걷는 기분이다. 마카티에선 만나면 짜증나던 그런 차들도 여기선 옛날 불알친구 만난 듯 하이 어째 요렇게 인간의 마음이 변화무쌍하단 말인가.

아니 자가용이 없어? 그럼 버스에 지프니에 트라이시클로 때려 잡는 수밖에 없겠구만. 그럴려면 새벽 일치감치 Lucena가는 버스를 잡아 타. 그리고 거기 내리면 Tayabas를 거쳐 Lucban으로 가는 지프니가 있응께. 나머지는 알아서 해. 아니 너무 무정하시다구? 그럼 Tayabas 지나서 지프니 운전사 한테 위의 식당 이름을 대고 내려 달라 구래. 나머지는 나 책임 못져. 다말하면 가본 X이나 안 가본 X이나 똑같게, 18. 20000reduce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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