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 의한 한국인 고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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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가 되면 인천발 마닐라행 비행기가 도착합니다. 거기에 맟춰 수많은 사람들이 마중을 나오죠.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두드러지는 광경은 여행사 관광 가이드들일 겁니다. 더운데도 불구하고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 입고 있는 가이드들을 볼 때, 마닐라에서는 조금은 특이해 보이는 광경이죠.

이들이 심심찮게 애기꺼리를 만들어 주는 사람이라면 금방 이해가 될런지 모르겠네요. 공항에서뿐만 아니라 팍상한, 산티아고 요새, 리잘공원 가린데 없이 이민국직원에게 연행되는 불쌍한 계층들이죠. 지난번 공항에서 또 떼거지로 잡혀 들어 갔답디다. 그래서 요즘은 공항에 가면 여행객들의 이름을 쓴 종이를 들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가 갑자기 줄어 들었더군요. 얼마 되지 않는 그들도 왠지 쭈뼛쭈뼛하며 왔다갔다 하는 폼이 숨바꼭질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더라구요.

바로 우리의 불쌍한 가이드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이 같은 핏줄의 한국사람이었다면 무슨 생각을 하실런지요. 그 과정이야 어떻게 됐든 지금 우리에겐 중요한게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어차피 우리들의 사회에선 알력과 갈등이 생겨 나게 마련이니깐요. 중요한 것은 그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이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걸핏하면 이민국에 쫏아 가서 고자질하는 국민이 바로 한국인입니다. 아마 이민국직원에게 체포된 숫자의 반 이상이 한국사람의 고자질 때문이었다면 믿고 싶지 않겠죠. 그러나 그것은 사실입니다. 결국은 그렇게 해봐야 고자질한 사람에겐 아무런 이익도 없을텐데도 그렇게 하죠. 언젠가는 자기에게도 그같은 칼날이 날아 들 수 있다는 것을 모른체 말입니다. 필리핀 이민국직원이야 얼마나 즐겁겠습니까. 가만히 있는 사람을 잡아 가면 크던 작던 외교문제가 될테지만 고자질하는데야 안 잡아 갈 이유가 없죠. 안그래도 잡아 들이고 싶어 죽겠는 판에 판을 벌여 주니 얼마나 고맙겠습니까.

이민국장 한번 대면했다고, 그리고 봉투하나 건넸다고 자기가 무슨 필리핀에서 유명인사가 된 것처럼 착각하는 분들. 그들의 인식저변에는 분명 사대주의의 썩은 비린내가 나는 인간들입니다. 걸핏하면 누구를 아네 하고 뻐기는 분들. 바로 당신은 아셔야 합니다. 그들이 당신을 좋아 하는게 아니고, 바로 당신 주머니속의 돈을 좋아 한다고.

90년 한때 여자 팔아 떼돈 번 사람이 있었죠. 마닐라에 술집이란 술집은 다 문 닫을 때였습니다. 필리핀 관공서를 제집 드나들 듯 한 덕에 다행히 살아 남았는데, 한국에서 온 오입쟁이들이 갈데가 없으니 장사가 될 수 밖에요. 밀려 드는 손님을 다 추스리질 못할 정도였죠. 노천카페에서 데려다 150달러에 팔았다는데 돈 안벌래야 안 벌 수가 있겠습니까. 그 양반은 그 맛을 잊지 못해 그 뒤론 아예 삶의 방식을 바꾸드만요. 세상에 겁날 게 없었죠. 정치인 공무원할 것없이 돈 조금만 주면 다 통과됐으니깐요.

그런 그도 그 뒤 강제출국을 당한거 있죠. 당시의 그의 모습이 가관이었죠. 공항 이민국직원에게 집한채를 갖고 흥정을 했는데 그게 통하지 않았다나 봐요. 그 양반은 요즘도 관공서를 뻔질나게 드나들더군요. 그러나 약발이 옛날 같잖은 것 같애요. 붙잡힌 가이드하나 시원스럽게 빼내지 못하는 걸 보면.

여러분, 문제해결은 필리핀 사람에게 빌붓지 말고 자체적으로 해결합시다. 그리고 이젠 고자질하기 좋아 하는 부류들 우리 교민사회에서 매장시킵시다. 꼭 교민상대로 벌어 먹는 양반들이 그 짓을 한다니깐요. 좋을 땐 헤헤거리다가 싫어지면 뒷빵치는 인간들. 청소부 아자씨! 청소 좀 해줘요.